📑 목차

납세자의 거래상대방에 대한 세무조사의 규제
1. 서론
(1) 주제의 배경
세무조사는 국가가 조세를 부과하고 징수하기 위해 수행하는 행정조사로, 조세법률주의의 원칙 아래 엄격한 절차와 통제가 요구된다. 납세자는 세무조사 과정에서 진술권, 변호인 조력권, 조사사유 열람권 등 다양한 절차적 권리를 보장받는다.
그런데 이러한 절차적 보호는 대체로 세무조사의 직접 대상이 되는 납세자 본인에게만 적용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세무조사 과정에서 납세자의 거래상대방이 함께 조사받거나 사실상 간접적으로 조사되는 일이 빈번하다. 문제는 이때 거래상대방에게 동일한 절차적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2) 세무조사의 법적 통제의 필요성
국세기본법은 세무조사의 법적 근거와 절차를 명확히 규정하여 납세자의 권리침해를 방지하고 있다. 세무조사가 실체적으로 정당하더라도 절차적 요건을 위반하면 그 과세처분은 위법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이다.
그러나 납세자 본인에 대한 조사가 아닌 거래상대방을 통한 간접조사에서는 이러한 원칙이 약화되어, 사실상 조사대상이 되는 거래상대방이 절차적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논의 속에서, 최근 대법원은 “납세자에 대한 세무조사가 거래상대방에 대한 과세목적으로 전환된 경우, 이는 별도의 세무조사로 봐야 하며 거래상대방도 절차적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실무상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하였다(대법원 2025.8.28. 선고 2024두63830).
2. 본론
(1) 사건 개요 및 쟁점
이번 사건은 과세관청이 A법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하던 중, A법인의 거래상대방인 B법인과의 거래 내역을 조사하면서 B법인에 대한 사실상 세무조사를 병행하게 된 사안이었다.
과세관청은 B법인의 장부를 열람하고, 직원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였으며, 이를 근거로 B법인에 대해 과세처분을 내렸다.
B법인은 자신은 세무조사 대상이 아니었음에도 사실상 세무조사가 이루어졌고, 세무조사 사전통지나 조사연기신청 등 법이 보장하는 절차적 권리를 행사할 기회가 없었다며, 과세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였다.
쟁점은 다음 두 가지로 요약된다.
① 거래상대방에 대한 조사가 납세자 조사에 부수되는 ‘참고조사’인지, 아니면 독립된 ‘세무조사’에 해당하는지
② 만약 세무조사로 본다면, 거래상대방 역시 국세기본법 제81조의4 이하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지 여부였다.
(2) 대법원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과세관청이 납세자 A법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하던 중, B법인의 과세자료 수집을 주된 목적으로 삼은 시점부터 이미 조사 목적이 전환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즉, 세무조사가 당초의 목적을 벗어나 거래상대방에 대한 과세자료 수집으로 전환된 경우, 이는 납세자 본인에 대한 세무조사의 범위를 넘어서는 별도의 세무조사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과세관청이 이러한 전환 이후에도 세무조사 통지나 조사기간 연장 승인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조사를 지속한 것은 국세기본법상 절차를 위반한 것이며, 그에 따른 과세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
(3) 세무조사 절차상 납세자의 권리
세무조사는 조세법률주의의 예외가 아닌 실현 수단이다. 따라서 조사 절차는 엄격히 법률에 근거해야 하며,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국세기본법 제81조의4는 세무조사의 통지 의무, 조사기간 제한, 조사범위 제한을 명시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한 조사에 근거한 과세처분은 위법하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 입장이다.
대법원은 과거에도 “세무조사 절차가 위법하면 그 결과가 아무리 실질적으로 타당하더라도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한 이상 과세처분은 무효”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0두15086, 2012.9.27.).
이번 판결은 이 원칙을 거래상대방에게까지 확장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4) 거래상대방 세무조사의 범위와 한계
세무당국은 납세자의 거래상대방을 조사할 수 있지만, 그 목적은 어디까지나 본조사 대상자인 납세자의 거래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보조적 행위에 그쳐야 한다.
즉, 거래상대방의 세무자료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조사 목적이 거래상대방 자체의 과세 여부로 바뀌는 순간, 이는 새로운 세무조사로 간주되어야 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바로 이 전환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조세행정의 효율성을 이유로 거래상대방을 광범위하게 조사하던 관행은 납세자 권리보호 측면에서 문제로 지적되어 왔으며, 이번 판례는 “조사 목적의 변경이 발생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별도 세무조사로 간주해야 한다는 명확한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특히 이번 판례는 과세관청이 거래상대방의 장부열람, 직원조사, 과세자료 확보 등 적극적 행위를 수행한 경우, 그 자체로 독립된 세무조사에 해당한다고 본 점에서 매우 실무적인 의미가 있다.
(5) 판례의 의의 및 실무상 시사점
이번 판결의 의의는 단순히 한 사건의 위법 여부를 판단한 데 그치지 않는다.
첫째, 세무조사 절차의 법적 통제 범위를 확장하여, 납세자뿐 아니라 거래상대방까지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세무행정의 균형을 되찾았다.
둘째, 납세자의 거래상대방이 사실상 조사대상이 되는 상황에서도, 국세기본법상 통지, 기간, 범위 제한 규정이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함을 명시적으로 인정하였다.
셋째, 과세관청의 세무조사 남용 가능성에 대한 견제 장치로서의 기능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조세법적 의미가 크다.
실무적으로는 세무조사 과정에서 거래상대방의 회계자료나 거래내역을 요구받는 기업들은, 조사의 목적과 범위가 본인의 과세로 전환되는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만약 조사 목적이 거래상대방의 과세 여부로 넘어가는 정황이 있다면, 즉시 조사 사전통지를 요구하거나 법적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3. 결론
(1) 납세자 권리보장의 강화 방향
세무조사는 조세정의를 실현하는 중요한 행정수단이지만, 동시에 국민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강력한 권력작용이다.
따라서 세무조사는 철저히 법적 절차를 따라야 하며, 납세자뿐 아니라 거래상대방 역시 동일한 절차적 권리를 보호받아야 한다.
이번 대법원 판례는 납세자 보호제도의 사각지대였던 거래상대방의 권리 보장을 실질적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2) 실무에서의 대응 전략
기업의 입장에서는 세무조사 대응 시 단순히 본인만이 아니라 거래관계 전체의 조사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무조사가 거래상대방의 세무조사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면, 그 시점을 명확히 기록하고 조사 목적 변경에 대한 공식적인 통지를 요구해야 한다.
또한 세무조사 대응 매뉴얼에 거래상대방 조사 관련 항목을 포함해, 과세관청의 자료 요구가 본래 목적을 벗어나지 않는지 지속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번 판례를 계기로 납세자 권리보호의 범위는 한층 넓어졌지만, 그만큼 기업과 세무대리인들도 절차적 권리 행사에 대한 이해와 준비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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