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법인세·소득세 부과제척기간이 경과한 경우
소득처분 귀속자에게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을까?
1. 서론: 과세의 시효가 끝나도 증여세는 남는가?
세법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과세권이 사라지는 부과제척기간 제도를 두고 있다.
이는 조세 행정의 예측가능성과 납세자의 법적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다.
그런데 이런 부과제척기간이 지나 소득세나 법인세를 더 이상 부과할 수 없는 경우,
그 소득을 얻은 사람에게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된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 법인이 대표이사에게 자금을 대여했다가 회수하지 못한 채 사외유출이 된 경우,
통상 세무당국은 이를 상여 처분하여 대표이사 개인의 소득세 과세대상으로 본다.
하지만 소득세의 부과제척기간(일반적으로 5년 또는 7년)이 이미 지났다면
이제 세금을 부과할 수 없게 된다.
이때 국세청이 **“그럼 증여세로 과세하자”**고 판단할 수 있을까?
즉, 동일한 소득을 ‘증여’로 다시 본다면 과세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조세의 이중과세 금지 원칙,
그리고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법) 제4조의2의 해석과 직접 관련된다.
최근 국세청은 이와 관련해 오랜 논란을 정리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번 글에서는 그 쟁점의 흐름을 따라가 본다.
2. 본론: 판례와 유권해석이 충돌한 이유
(1) 법적 배경 — 상증법 제4조의2의 취지
상증법 제4조의2 제1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소득세 또는 법인세가 과세되는 소득에 대하여는 증여세를 과세하지 아니한다.”
즉, 어떤 거래나 금전 이동이 이미 소득세나 법인세 과세대상에 해당한다면,
그 소득을 다시 ‘증여’로 보아 중복 과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동일한 경제적 이익에 대해 이중과세를 방지하기 위한 조항이다.
이 원칙만 놓고 보면, 이미 소득세 과세대상이라면
그 과세권이 소멸했는지 여부(즉, 부과제척기간 경과)는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국세청은 2016년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논란이 커졌다.
(2) 2016년 유권해석: “소득세 과세 못 하면 증여세 부과 가능”
국세청은 2016년 10월 25일자 유권해석
(기준-2016-법령해석기본-0223) 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소득세 부과제척기간이 경과하여 소득세를 부과할 수 없는 경우라도,
증여세의 부과제척기간이 남아 있다면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다.”
이 해석의 논리는 단순했다.
상증법 제4조의2는 “소득세가 과세되는 소득”만을 대상으로 하므로,
소득세가 과세되지 못했다면(시효 만료로 인해),
그 소득은 더 이상 ‘과세된 소득’이 아니므로
증여세 부과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당시 국세청은 이를 통해 과세권의 실효를 보완하고자 했으나,
실무에서는 “이중과세”와 “과세 형평의 훼손”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3) 대법원 1992년 판례: “부과 여부와 무관하게 중복 과세 불가”
이와는 달리, 이미 오래된 대법원 1992.11.10. 선고 92누3441 판결은
정반대의 입장을 취했다.
해당 사건에서 법인은 임원에게 사외유출된 금액을 상여로 처분했다.
당시 과세당국은 소득세 부과 외에 증여세까지 부과했으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법인의 임원에게 귀속된 소득은 이미 소득세 과세대상이므로
실제로 소득세를 부과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다시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
즉, “과세대상”이 된 시점에서 이미 증여세는 배제된다는 입장이다.
이는 상증법 제4조의2의 문언뿐 아니라
조세 일원주의 원칙(하나의 소득에는 하나의 세목만 적용)을 반영한 판단이었다.
(4) 판례 vs 유권해석 — 실무 혼란의 10년
2016년 해석 이후 실무는 혼란에 빠졌다.
법원은 판례 입장을 따랐지만,
세무조사에서는 여전히 2016년 유권해석을 근거로 증여세 부과 사례가 있었다.
예를 들어, 대표이사가 회사 자금을 유용했으나
소득세 부과제척기간이 지난 경우,
과세관청은 **“소득세는 시효 만료지만, 증여세는 아직 가능하다”**며 과세 통보를 하곤 했다.
이런 경우 납세자는 다시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했고,
대법원까지 가야만 판례 논리가 적용되는 구조였다.
결국 “행정과 판례의 괴리”가 계속된 것이다.
(5) 2025년 국세청 입장 변경 — 판례에 맞춘 정리
이 혼란을 정리하기 위해,
국세청은 최근 2016년 해석을 공식 폐지하고
판례에 따른 새로운 입장을 확정했다.
“소득세나 법인세 부과제척기간의 경과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소득이 이미 소득세·법인세 과세대상이라면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
이는 실제 과세 행위 여부가 아니라
과세대상으로서의 법적 성격을 기준으로 본 것이다.
따라서 부과제척기간이 지났더라도
그 거래가 애초부터 소득세 과세대상이라면
그 자체로 증여세 과세는 배제된다.
국세청이 스스로 과거 해석을 철회하고 판례에 따라 입장을 수정한 것은
세무 행정 일관성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변화다.

3. 결론: 이중과세 방지의 원칙 회복
(1) 조세 형평성의 회복
이번 입장 변경은
“소득에 대해 세법상 과세대상으로 규정되었다면,
설령 시효로 과세권이 소멸했더라도
그 소득은 증여가 아니다”라는
기본 원칙을 다시 확립한 것이다.
이로써 동일한 경제적 이익에 대해
소득세와 증여세가 중복 과세되는 문제는 명확히 차단되었다.
이는 납세자의 법적 안정성과 조세 정의 실현 측면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2) 실무적 영향 — 세무조사 및 불복 절차
이제 세무당국은
소득세 부과제척기간이 지난 경우라 하더라도
그 소득을 증여로 과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앞으로는 조사 단계에서부터
소득의 성격을 먼저 판단하고, 과세 가능한 시효 여부를 검토한 뒤
증여세 부과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또한 과거 2016년 해석을 근거로
증여세가 부과된 사례의 경우,
납세자는 이번 입장 변경을 근거로
경정청구나 불복청구를 제기할 여지가 있다.
(3) 기업과 납세자에게 주는 시사점
- 기업 측면:
대표이사 상여처분, 가지급금, 특수관계자 거래 등
사외유출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소득세 과세 여부’를 명확히 판단해
불필요한 증여세 리스크를 방지해야 한다. - 개인 납세자 측면:
이미 시효가 지난 소득에 대해
증여세 통보를 받은 경우,
상증법 제4조의2와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4. 맺음말: 과세의 실효보다 더 중요한 것은 법적 일관성
세무행정은 단순히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법적 안정성과 일관성을 지켜야 하는 영역이다.
국세청이 이번에 입장을 수정한 것은
단순한 해석 변경이 아니라,
오랜 기간 논란이 된 실무 불균형을 바로잡은 조치로 볼 수 있다.
결국 이번 사례는
“과세권이 사라졌다고 해서 새로운 세목으로 다시 과세할 수는 없다”는
조세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는 세법 해석이 결국 형식보다 실질, 행정보다 법리를 우선해야 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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