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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증법] 증여세 납부기한 연장 후 연부연납 신청

📑 목차

    [상증법] 증여세 납부기한 연장 후 연부연납 신청

    증여세 납부기한 연장 후에도 연부연납 신청 가능할까? — 조심2024서5954 (2025.05.14.)


    1. 서론: 납세기한의 벽과 실질적 납세의지

    세법상 납세자는 법에 정해진 기한 내에 세금을 납부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항상 그 기한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사업 경영의 악화, 자금 경색, 또는 세무조사 결과로 인한 고액의 증여세 부과 같은 상황에서는, 납부기한 내 전액을 납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할 수 있다.

    이때 납세자가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두 가지 있다.
    첫째, 「국세징수법」 제13조에 따른 납부기한 연장,
    둘째,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71조에 따른 연부연납이다.

    그런데 만약 납세자가 이미 납부기한 연장을 신청하고 허가받은 상태라면, 그 이후에 연부연납을 다시 신청할 수 있을까?
    즉, 두 제도를 동시에 또는 순차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지가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이다.


    2. 사건의 개요: 증여세 납부 연장과 연부연납 신청의 충돌

    이번 사건의 청구인은 세무조사 결과 고액의 증여세가 결정되어 2023년 9월 7일자로 증여세 납부고지서를 받았다.
    처분청이 정한 최초의 납부기한은 2023년 9월 30일이었다.

    하지만 청구인은 당시 사업상 심각한 손실을 겪고 있었고, 이에 따라 「국세징수법」 제13조에 근거하여 납부기한 연장 신청을 하였다.
    처분청은 이를 받아들여 2차례 납부기한을 연장해 주었고, 최종 납부기한은 2024년 7월 1일로 조정되었다.

    이후 청구인은 연장된 납부기한이 임박한 2024년 6월 21일,
    즉, 실제 납부기한이 아직 도래하기 전 시점에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71조에 따른 연부연납 신청을 제출하였다.

    그러나 처분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단 하나였다 — “연부연납 신청은 최초 납부고지서의 납부기한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즉, 납부기한이 연장되었다고 하더라도, 연부연납 신청기한은 최초 고지일 기준(2023.9.30.)으로 판단해야 하므로 이미 기한이 경과했다는 논리였다.

    이에 청구인은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하였다.


    3. 주요 쟁점: ‘연부연납 신청기한’은 언제까지인가?

    쟁점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67조 제1항의 문언 해석에 있었다.

    “연부연납을 신청할 수 있는 기한은 해당 납부고지서의 납부기한으로 한다.” (상증령 §67①)

    여기서 말하는 ‘납부고지서의 납부기한’이
    ① 최초 납부고지서에 명시된 기한을 의미하는지,
    ② 아니면 「국세징수법」에 따라 연장된 납부기한을 포함하는지를 둘러싸고 해석의 여지가 생긴 것이다.

    법문상 명시적인 규정이 없기 때문에, 그 해석에 따라 납세자의 권리 보장 범위가 달라진다.


    4. 조세심판원의 판단 요지

    조세심판원은 납세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심판원은 먼저 상증령 제67조의 문언을 검토하면서,
    연부연납 신청기한을 “해당 납부고지서의 납부기한”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그 납부기한이 「국세징수법」에 따라 연장된 경우를 배제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또한 다음과 같은 사정을 근거로 들었다.

    1. 규정의 불명확성
      법령에서 ‘납부기한’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납세자가 이를 ‘연장된 납부기한’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2. 납세자의 납세의지 존재
      청구인은 단순히 세금을 미루기 위한 것이 아니라,
      처분청 담당자와 납부방식을 협의하고, 담보를 제공하며 실제 납세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었다.
    3. 납세자 보호의 필요성
      만약 납부기한이 연장된 후 연부연납 신청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납세자는 자금 조달 상황이 개선되더라도 연부연납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어 과도한 불이익을 입게 된다.
    4. 세수 확보에 불이익이 없음
      연부연납은 결국 납세의무를 분할하여 이행하는 제도이므로,
      세수 확보에 실질적 손실이 없으며, 오히려 체납을 방지할 수 있다.

    따라서 심판원은 “연부연납 신청기한이 경과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연부연납을 불허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상증법] 증여세 납부기한 연장 후 연부연납 신청


    5. 해설: 납세자의 성실 의지와 법적 공백의 균형

    이번 결정의 핵심은 납세자의 실질적 납세 의지와 법 규정의 미비 사이의 균형에 있다.

    현행 법령은 납부기한 연장과 연부연납을 각각 별개의 제도로 규정하고 있지만,
    둘의 적용 시기나 관계에 대해 명확한 연결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처분청은 ‘형식적 기한 엄수’를 이유로 연부연납을 불허했지만,
    조세심판원은 ‘실질적 납세의지 보호’라는 조세법의 근본 원칙을 강조했다.

    이는 세무행정에서 점점 중요하게 부각되는 실질과세 원칙납세자 권익 보호의 관점에서 의미 있는 전환이라 할 수 있다.


    6. 법적 구조의 이해: 두 제도의 차이와 관계

    (1) 납부기한 연장 — 「국세징수법」 제13조

    납부기한 연장은 천재지변, 사업상 손실, 자금난 등으로
    기한 내 납부가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세무서장이 승인할 수 있는 제도다.
    이는 일시적 납부 불능 상태를 완화하기 위한 행정적 유예에 가깝다.

    (2) 연부연납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71조

    반면 연부연납은 원칙적으로 고액의 상속세 또는 증여세 납세자에게만 허용되는 제도이며,
    납세자가 담보를 제공하고 분할 납부할 수 있도록 한 분납 제도이다.

    즉, 두 제도는 목적이 다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자금난을 겪는 납세자 입장에서는 이 둘을 연속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이번 결정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7. 실무상 시사점

    (1) 납부기한 연장 후 연부연납 가능

    이번 심판례는 납세자가 납부기한 연장 허가를 받은 경우,
    연장된 기한 내에 연부연납 신청을 하는 것도 유효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는 납세자의 자금 사정 개선 시 실질적 납세기회를 보장하는 해석이다.

    (2) 단순 기한 경과만으로 불허할 수 없음

    법령상 명확한 제한 규정이 없는 이상,
    단지 연부연납 신청이 최초 고지기한을 경과했다는 이유만으로
    불허 처분을 하는 것은 재량권의 남용으로 판단될 여지가 크다.

    (3) 처분청과의 협의 기록 중요

    조세심판원은 이번 사건에서 “처분청 담당자와 지속적으로 협의한 정황”을 중요한 판단 근거로 보았다.
    따라서 납세자는 납부연기, 담보제공, 협의 내용 등을 문서로 남겨두는 것이 향후 분쟁 대비에 매우 중요하다.

    (4) 향후 제도 개선 필요

    현행 세법은 두 제도의 관계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
    유사한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연장된 납부기한 내 연부연납 신청 가능”을 명문화하는 법령 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8. 결론: 납세자의 권리와 세무행정의 유연성

    이번 조심2024서5954 사건은 납세자가 세금 납부의무를 회피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실히 협의하고 담보를 제공하며 실질적인 납세 의지를 보여준 경우,
    형식적인 기한 경과만을 이유로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을 확인한 결정이다.

    이는 조세행정의 궁극적 목적이 징수 자체가 아닌 공정한 납세 질서 확립에 있음을 다시금 일깨운다.
    세법의 문언이 다소 불명확하더라도,
    그 해석은 납세자의 정당한 기대와 성실한 납세노력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결국 이번 사례는 세법 해석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납세자 중심의 실질적 조세법 원칙을 재확인한 중요한 판례로 평가할 수 있다.

    [상증법] 증여세 납부기한 연장 후 연부연납 신청